김정섭 미국변호사 | Frederick Lee & Kim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 더 이상 이민법상의 신분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많은 이민자들은 영주권을 거쳐 시민권을 취득하면 미국에서의 법적 지위가 완전히 안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도 일정한 법률적 요건 아래에서는 취소될 수 있다. 최근 미국 법무부의 발표는 이러한 문제를 다시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는 2026년 10월 5일, 귀화한 미국 시민권자 40명을 상대로 시민권 취소소송(Denaturalization Actions)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사건은 8월 21일부터 10월 2일 사이 미국 전역의 연방법원에 제기되었으며, 법무부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귀화취소 조치로 설명하고 있다. 대상자들에게는 이민사기, 외국 정부를 위한 활동, 중대한 폭력범죄 등 다양한 혐의가 제기되어 있다. 다만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과 법원이 실제로 시민권 취소를 인정했다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시민권의 안정성과 귀화절차의 적법성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법률적 문제를 제기한다.
미국 이민법 INA §340(a), 8 U.S.C. §1451(a)는 귀화를 통해 취득한 시민권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귀화가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우(Illegal Procurement of Naturalization)이다.
둘째,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고의적인 허위진술을 통해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Concealment of a Material Fact or Willful Misrepresentation)이다.
예를 들어 귀화신청 당시 법률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허위 신분을 사용하거나, 시민권 취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거짓으로 진술했다면 귀화취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중요한 원칙이 있다.
귀화한 시민권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미국 시민권이 자동으로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귀화 이후에 발생한 범죄와 귀화 당시 이미 존재했던 결격사유는 법적으로 구별된다. 귀화 이후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과거의 귀화가 위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부는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 법률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랫동안 귀화취소 사건에서 정부에 엄격한 입증책임을 요구해 왔다. 대표적인 판례가 Kungys v. United States, 485 U.S. 759 (1988)이다. 이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귀화 과정의 허위진술이 중요한 사실에 관한 것인지, 그리고 시민권 취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토했다. 귀화취소 소송에서 정부는 일반적인 민사사건보다 높은 수준의 증명, 즉 명백하고 확실하며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Unequivocal, and Convincing Evidence)를 제시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판례는 Maslenjak v. United States, 582 U.S. 335 (2017)이다.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귀화신청서의 모든 허위진술이 곧바로 시민권 취소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허위진술과 시민권 취득 사이에는 법적으로 의미 있는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소한 기재 오류와 시민권 취득자격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허위진술은 구별되어야 한다. 이러한 판례들은 정부에 귀화취소 권한이 인정되더라도 그 권한의 행사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법무부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개별 사건의 혐의뿐 아니라 귀화취소 소송이 이민법 집행의 중요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법무부는 귀화 당시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법률상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귀화제도의 신뢰성과 시민권 취득절차의 적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할 수 있다.반면 귀화취소 정책의 확대는 오래전에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의 법적 안정성과 절차적 권리보장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수십 년 전의 귀화신청서, 과거 이민기록, 형사기록 및 당시의 사실관계가 다시 검토되는 경우에는 증거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조사를 확대하거나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시민권이 곧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귀화취소는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연방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며, 피고에게도 정부의 주장과 증거에 대해 다툴 기회가 주어진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국계 이민자들에게도 이번 정책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다. 특히 과거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과정에서 범죄경력, 혼인관계, 해외 체류기록 또는 신원정보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을 누락했거나 부정확한 진술을 한 경우에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착오나 경미한 기재 오류가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시민권 취소사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허위진술의 고의성, 사실의 중요성, 귀화자격에 미친 영향 및 적용되는 법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귀화 후 발생한 일반적인 형사사건이 곧바로 시민권 박탈로 이어진다는 식의 오해도 경계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실제 법률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미국 시민권은 단순한 체류자격이 아니다.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적·법률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 지위다. 따라서 귀화절차의 적법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미 부여된 시민권을 취소하는 과정에서는 엄격한 법적 기준과 절차적 보호가 요구된다.정부는 법률에 따라 부정하게 취득한 시민권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동시에 시민권자는 정부의 주장이 법률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다툴 권리를 가진다.결국 귀화취소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집행권한과 개인의 법적 안정성 사이에서 법률이 정한 기준을 충실히 적용하는 데 있다.
미국 시민권은 절대 취소될 수 없는 지위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박탈할 수 있는 지위도 아니다.
최근의 귀화취소 확대 정책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원칙이다. 미국 시민권의 가치는 그 취득절차의 엄격함뿐 아니라, 일단 취득한 시민권을 법률과 적법절차에 따라 보호하는 데에서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정섭 미국변호사
Frederick Lee & Kim
T. 02-6013-2256, 2257 (S. Korea)/ (551) 587-8803 (USA)
본 칼럼은 2026년 10월 현재 공개된 미국 법무부 발표, 미국 이민법 및 연방대법원 판례를 기초로 작성한 일반적인 법률정보입니다.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을 대신하지 않습니다.